제 8회 서울모던아트쇼 오프닝 퍼포먼스
아티스트 윤다인 ‘눈 길’
Seoul Modern Art Show 2017 opening performance
Artist Dain Yoon ‘눈 길’
– 장소 :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 오프닝(퍼포먼스) 일시 : 2017.5.26.금 17시
– 주최 : 사단법인 서울미술협회
– 주관 : 서울모던아트쇼 운영위원회
연출, 미술 Director, Art
윤다인 Dain Yoon
안무 Choreographer
신주협 Joohyup Shin
음악 Music
최강수 Kangsoo Choi
김지원 django
촬영 Cinematographer
문경진 Kyeongjin Mun
촬영 보조 Camera Assistant
배경근 Gyeonggeun Bae
권지수 Jisu Kwon
진승완 Seungwan Jin
편집 Editor
김다은 Daeun Kim
그래픽 디자인 Graphic Design
한만오 Mano Han
현장 사진 Performance Photographer
김다윤 Dayun Kim
출연 Cast
김광식 Gwangsik Kim
김서현 Seohyun Kim
김지원 Jeewon Kim
신주협 Joohyup Shin
심효민 Hyomin Sim
임태섭 Taesub Lim
오혜수 Hyesoo Oh
옥경민 Gyeongmin Ock
윤다인 Dain Yoon
윤태준 Taejun Yoon
전우상 Woosang Jeon
최원준 Wonjune Choi
어시스턴트 Assistant
이원탁 Wontak Lee
이정수 Jeongsu Lee
김나영 Nayoung Kim
백성은 Seongeun Baek
이세명 Semyeong Lee
이형준 Hyungjun Lee
임인구 Ingu Im
어두운 길눈, 눈부신 눈길
– 곽영빈 (미술평론가/영화학 박사)
종종 ‘일루전 아티스트’로 호명되는 윤다인의 작업은 근본적으로 ‘눈속임(trompe l’oeil)’의 전통에 서있다. 물론 가장 잘 알려진 건 기원전 5세기 후반 활동했던 화가 제욱시스와 파라시오스의 대결이다. 제욱시스가 그린 그림 속의 포도를 새들이 진짜로 착각하고 쪼려하자, 이에 맞선 파라시오스는 커튼을 보여주는데, 그 커튼을 열려던 제욱시스는 자신이 속았다는 것, 즉 그 커튼 자체가 그림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이 예화가 함의하는 건, 예를 들어 파라시오스가 제욱시스보다 그림을 더 잘, 혹은 ‘진짜처럼’ 그렸다는 게 아니다. 한 독특한 프랑스 정신분석학자가 잘 지적했듯, 이 예화의 핵심은 ‘겉모습’ 뒤에 그것의 ‘실체’나 ‘본질’이 있는 게 아니라, 그러한 실체, 혹은 본질이 외양 뒤에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는 시선, 혹은 ‘응시’ 자체를 폭로하는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윤다인의 작업이 이해, 혹은 순환되는 방식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분명히 손바닥에 덮여 가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손바닥을 투과한 것처럼 보이는 눈이나, 초점이 안 맞거나 두 개 이상의 시점에서 응시되는 것처럼 보이는 다수의 눈과 눈썹, 입술들은 ‘실제’의 눈과 눈썹, 입술과 경쟁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SNS에 새 작업을 업로드할 때마다 그녀가 덧붙이는 “It’s a real painting”, 즉 “이것은 [손으로 그린] 진짜 그림입니다”라는 문장이 웅변하듯, 그녀의 ‘일루전’이 겨루는 진정한 경쟁상대는 그런 ‘진짜’나 ‘실체’가 아니라 ‘포토샵’과 같은 기술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일루전’이다.
‘그렇다면 그녀의 작품은 ’진짜 일루전‘인가?’라고 묻거나 ‘이것이 분장인가 회화인가?’라고 취조하는 것 역시, 그리 생산적인 태도는 못된다. 그보다 중요한 건 그녀의 작업이 근본적인 의미에서 ‘수작업’이라는 얼핏 단순해 보이는 사실, 즉 ‘이미지’가 전통적 의미의 ‘회화’와 분리된 소위 ‘포스트 인터넷 예술 시대’의 ‘수작업(craftsmanship)’이라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게 직접 그린 거라니!?!’라는 놀라움은 모든 것이 화소화/픽셀화된 손바닥 안의 SNS, 즉 손으로 그린 ‘그림’과 ‘(전자적) 이미지’를 구분할 수 없게 된 상황의 산물인 것이다.
잠시 손바닥과 SNS 프레임을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퍼포먼스’가 동시에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고, 소위 ‘현장’의 관객들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이미지’로 보여질 것이라는 건 따라서 중요하다. 이는 이들이 만드는 ‘눈길’ 너머, 그 ‘이면의 함의’를 더듬으려는 습관만큼 이 시대에 어두운 자신의 ‘길눈’을 드러내는 일이 없다는 말과 같다. 여기서 강조되는 거대한 ‘눈’(들)의 이미지를 이 시대에 특유한 역사적 시선(들), 혹은 그 집적으로서의 ‘응시’라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러므로 이제, 활짝 눈을 감으시라.